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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간 반발계수, 'ERA 4.83' 역대급 타고투저 바람 잡히나 [IS 포커스]

KBO리그 공인구(경기사용구) 반발계수가 하향 조정됐다. 프로야구 '타고투저' 기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흥미롭다.지난달 30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4년 공인구 2차 수시검사 결과 평균 반발계수는 0.4149였다. 단일 공인구(스카이라인스포츠 AAK-100)를 무작위로 수거, 샘플 3개를 검사했는데 반발계수가 모두 0.4200 미만이었다. 개막에 앞서 발표한 1차 수시검사와 비교하면 작지 않은 차이가 났다.지난 3월 22일 발표된 1차 수시검사에선 공인구 평균 반발계수가 0.4208이었다. 샘플 3개 모두 반발계수 0.4200을 넘겼다. 한 샘플에선 최대 0.4212가 측정되기도 했다. 반발계수가 0.4200을 넘은 건 2019년 이후 5년 만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0.4175)와 비교해 반발계수가 0.0033 상향됐는데 KBO 합격기준 (0.4034~0.4234)의 최대치에 근접,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컸다. 보통 반발계수가 0.001 높으면 타구 비거리가 약 20㎝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수는 울고 타자는 웃었다. 개막 후 4월까지 KBO리그 팀 평균자책점은 2018년 이후 최고인 4.83(2023시즌 4.14)이었다. 팀 타율은 전년 대비 0.011 오른 0.274. 특히 경기당 홈런이 1.91개(2023시즌 1.28개)에 이르렀다.최근 두 시즌 홈런이 각각 1개였던 홍창기(LG 트윈스)는 벌써 두 번이나 손맛을 봤다. 지난해까지 통산 홈런이 1개인 황성빈(롯데 자이언츠)은 지난달 21일 한 경기에서 홈런 2개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서건창(KIA 타이거즈)도 560일 만에 홈런을 터트리는 등 리그 전반적으로 홈런이 늘었다. 한 타자는 "타구 비거리는 물론이고 타구 속도가 빨라진 느낌이다. 라인드라이브로 타구가 잘 날아간다"고 말했다.현장에선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도입하면서 의도적으로 반발계수를 상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많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KBO는 "인위적인 조정은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반발계수 상향은 우연이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연내 2차 공인구 수시검사에선 반발계수가 일제히 내려갔다. A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KBO가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고 해도 반발계수가 하향 조정됐으니, 경기력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거다. (공인구를 검사한) 4월 말부터 홈런을 비롯한 장타가 어느 정도 줄어들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반발계수의 변동이 크다"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5.0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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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계수 인위적 조정 아냐" 경기당 1.88개…사이렌 가동하는 '홈런 주의보' [IS 포커스]

프로야구에 '홈런 주의보'가 내려졌다.올 시즌 KBO리그 순위 경쟁 변수로 홈런이 떠올랐다. 10일 기준으로 경기당 홈런이 1.88개로 전년 대비 0.6개 늘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라면 경기당 홈런이 2개씩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KBO리그에서 경기당 홈런이 2개 이상 기록된 건 2018년(2.44개)이 마지막이다.현장에선 공인구 반발계수를 주목한다. 지난달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4년 공인구(경기사용구) 1차 시험 결과 평균 반발계수는 0.4208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평균 반발계수(0.4175)와 비교하면 0.0033 높아졌다. KBO 합격 기준(0.4034~0.4234)의 최대치에 근접한 상황. 보통 반발계수가 0.001 높으면 타구 비거리가 20㎝ 더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체감하는 선수가 늘고 있다. A 투수는 "확실히 홈런을 비롯한 장타가 많아진 거 같다. 타구가 뜨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B 타자는 "안 넘어갈 공이 넘어가는 그 정도의 반발력은 아닌 거 같다. 다만 타구 속도가 빨라지면서 좌중간 혹은 우중간으로 향하는 (평범한)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며 "타구 속도 때문에 타자들이 잘 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C 타자는 "더그아웃에서 봤을 때 '저렇게 멀리 나갈 타구인가' 싶은 게 많다. 선수들끼리도 공인구 얘길 자주 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서건창(KIA 타이거즈)은 지난 3일 KT 위즈전에서 560일 만에 홈런을 쏘아올렸다. 지난해 홈런이 단 1개였던 김지찬(삼성 라이온즈)은 지난 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대타 스리런 홈런을 폭발시켰다. 최근 두 시즌 홈런이 각각 1개였던 홍창기(LG 트윈스)의 시즌 홈런은 벌써 2개다. 홈런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탓에 리그 장타율이 0.406로 2020년 이후 4년 만에 4할대를 넘어섰다. 반면 리그 평균자책점은 4.14에서 4.82로 크게 악화했다. 올해 KBO리그는 세계 최초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으로 경기가 운영 중이다. 사람이 아닌 로봇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데, 예년보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다. 좌우만 하더라도 홈 플레이트(43.18㎝)에서 좌우 2㎝씩 확대 적용되고 있다. 타자들에게 다소 불리한 환경이다. 이를 상쇄하려고 공인구 반발계수를 상향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KBO 관계자는 "혹시 (공인구에) 문제가 있는 건지 제조사에 확인을 해달라고 얘기했다. 표준화된 공정으로 만들고 있다고 하더라"며 "통계상으로 (홈런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게 반발계수만의 영향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인위적으로 (조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인천=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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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킹 데이터 긴급점검]<상> “4~5km씩 낮아” 원태인의 구속은 왜 낮았을까

야구장에서 스피드건만 바라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팬들은 구속은 물론 공의 움직임, 회전 수까지 확인할 수 있다. 타자의 스윙, 야수의 스피드는 물론 스트라이크 여부까지도 수치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모두 진짜일까. 메이저리그(MLB)처럼 한국 야구도 정확한 숫자를 확인하고 있는 게 맞을까. 본지는 트래킹 데이터 긴급점검 시리즈 상·하편을 통해 최근 불거진 KBO리그 데이터 측정 이슈를 살펴봤다.<상> "4~5㎞/h씩 낮아" 원태인의 구속은 왜 낮았을까<하> ABS는 정말로 정확할까어떤 게 '진짜 숫자'일까.지난달 고척돔에서 열린 MLB 팀과 KBO리그 팀의 스페셜 매치는 한국 영건 투수들의 구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등판해 직구 평균 구속은 146.9㎞/h(최고 149.5㎞/h·트랙맨 기준)를 기록했다. 김택연(두산 베어스)은 같은 날 등판한 MLB 투수들보다 높은 직구 회전수로 화제를 모았다. 이들의 투구 데이터는 모두 MLB 공식 기록 사이트인 베이스볼 서번트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MLB와 달리 KBO리그는 데이터 공개가 제한적이다. 구단들은 PTS·트랙맨·호크아이 등 장비를 사용하지만, 대중에 공개된 건 일부에 불과하다. 스포츠투아이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PTS 측정 결과만 확인할 수 있다.그런데 그 숫자가 일부 다르다. 원태인은 지난해 PTS 기준 직구 평균 구속 143.8㎞/h를 찍었다. 베이스볼서번트 측정과 3㎞/h 이상 낮다. 구속이 곧 '스펙'인 투수 입장에선 PTS 측정 결과가 신경쓰일 법 하다. 원태인은 이미 지난해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경기당 평균 4~5㎞/h가 낮게 나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PTS와 호크아이는 광학, 트랙맨은 레이더 기술을 이용하는데 구속 측정 지점이 다르다. 트랙맨은 투수가 공을 던지는 시점, 즉 초속을 재지만 PTS는 홈플레이트로부터 50피트(15.24m) 떨어진 지점에서 측정한다.KBO리그 구단 분석원 A는 "보통 우리가 흔히 구속이라고 하는 것은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순간, 즉 초속을 지칭한다. PTS는 그 지점을 측정하지 못한다. 투수들의 익스텐션이 평균 1.8m정도라 했을 때 손을 떠나는 지점과 PTS 측정 지점은 1.5m정도 차이가 난다. 이로 인한 수치 차이"라고 설명했다.숫자를 조정해 통일하면 되지 않을까. 스포츠투아이 측은 부정적이다. 본지가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문의한 결과 스포츠투아이 측은 "PTS와 타 시스템과의 비교는 당사가 파악하기 어렵고, 시스템 알고리즘에 대해 세부 사항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조정 자체도 어렵다. 가령 지난해 문동주(한화 이글스)는 국내 투수 역대 최고 구속(PTS 기준 160.1㎞/h)을 기록했는데, 당시 호크아이로는 161.1㎞/h가 측정됐다. 반면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은 같은 달 PTS 기준 158.2㎞/h를 찍었는데, 트랙맨으로는 159.8㎞/h가 나왔다. A는 "안우진과 문동주 투구의 초속이 같아도 PTS 구속은 문동주가 더 높이 찍힌다. 문동주의 익스텐션이 안우진보다 길어 50피트 지점에서 더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꼭 초속을 잴 필요는 없지 않을까. A는 "호크아이도 같은 광학 기술이지만 트랙맨처럼 공이 손을 떠나는 시점을 잰다. 두 업체가 특이한 게 아니다. 애초에 스피드건도 초속을 잰다. 모든 장비가 같은데 PTS만 다른 지점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구속을 표시한다"고 답했다.분석원 B는 "타자와 더 가까운 50피트 지점이 유용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용도라면 차라리 종속도 확인할 수 있는 트랙맨과 호크아이가 낫다"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PTS가 제공하는 회전 수 또한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의 구속과 무브먼트를 바탕으로 역산한 것일 뿐, 이를 실측해 제공하는 최신 장비와 다르다고 했다.결국 구형 기술이라 오는 한계다. 구단 분석원 C는 "핵심은 광학·레이더 여부가 아니다"라며 "투수판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가 18.44m인데, PTS가 설치한 3대의 카메라로 추적하는 범위는 10~15m뿐"이라고 지적했다.A는 "PTS는 2006년 MLB가 도입했던 장비"라며 "광학 장비라는 이유로 호크아이와 엮는 건 넌센스다. 호크아이가 폴더블 스마트폰이라면 PTS는 2009년 출시됐던 롤리팝 폴더폰 정도다. 둘을 같은 폴더폰으로 묶겠단 이야기"라고 지적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4.0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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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공인구 반발계수 0.4208, 잘 뻗는 타구? 선수들은 갑론을박

프로야구 공인구 반발계수를 두고 현장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체감한다는 선수와 그렇지 않다는 선수가 팽팽하다.지난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4년 공인구(경기사용구) 1차 시험 결과 평균 반발계수는 0.4208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평균 반발계수(0.4175)와 비교하면 0.0033 높아졌다. 보통 반발계수가 0.001 높으면 타구 비거리가 약 20㎝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O 합격기준(0.4034~0.4234)의 최대치에 근접하면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컸다. 반발계수가 0.4200을 넘은 건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개막 이후 홈런이 곧잘 나온다. 27일 기준 경기당 평균 홈런이 1.84개로 지난해보다 0.58개 늘었다. 시즌 초반이지만 연타석 홈런(요나단 페라자) 만루 홈런(김성욱) 끝내기 홈런(기예르모 에레디아) 등 다양한 홈런 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A 투수는 "타구의 반발력이 좋아진 걸 상당히 많이 느끼고 있다. 뜬공이라고 생각한 타구가 마지막에 가라앉지 않고 뻗어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 홈런을 비롯한 장타가 많이 늘어갈 거 같다"고 경계했다. 최근 열린 메이저리그(MLB) 구단과의 스페셜 매치에 출전한 B 타자는 "롤링스(MLB 공인구)는 원래 좀 잘 날아가는 거로 아는데 '스카이라인(KBO리그 공인구)이 왜 이렇게 잘 날아가지?'라는 생각했다. 뜬공도 엄청나게 오래 날아가더라"며 반발계수 상향 효과를 설명했다. 그런데 모든 선수가 이에 동조하는 건 아니다. 평가를 유보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C 타자는 "아직 초반이라 더 지켜봐야 한다. 체감상 달라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D 타자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타석에 더 서봐야 반발력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E 타자는 "못 느낀다. 똑같은 거 같다"며 "잘 맞은 공은 잘 날아가고 빗맞은 공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나무(배트)나 이런 게 점점 좋아지는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한다"며 홈런이 늘어난 비결에 대해 다른 이견을 내놓기도 했다.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올해 KBO리그는 세계 최초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으로 경기가 운영 중이다. 이른바 '로봇 심판'의 스트라이크존(S존)을 익히느라 선수들이 진땀 빼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인구 반발계수까지 경기 변수로 떠올랐다. 야구 흥행을 위해 반발계수를 올린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등장한 상황. KBO 관계자는 "반발계수를 의도적으로 상향한 건 아니다. 몇 개의 샘플링 중에서 범주 내 높은 수치가 나왔을 뿐"이라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3.2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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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귀족 스포츠 폴로, 조선에서 먼저 시작했다고?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동남아시아의 산유국 브루나이에서 세간의 주목을 끄는 초호화 결혼식이 열렸다. 지난 7일부터 열흘간 열린 결혼식의 주인공은 볼키아 국왕의 넷째 아들 압둘 마틴 왕자였다. 그는 왕위 계승 서열 6위이기 때문에, 국왕이 될 가능성은 작다. 그럼에도 결혼 피로연이 열리는 14일에는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 부부 등 정상급 귀빈들이 참석했다. 마틴은 영국의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고, 킹스칼리지 런던대와 소아스(SOAS) 런던대에서 학사, 석사를 받은 인재다. 잘생긴 외모로도 유명한 그는 폴로 국가대표로 동남아시아 경기대회에서 동메달을 2개 획득한 스포츠맨이다. 말을 탄 채 ‘말렛(mallet)’이라고 불리는 스틱을 들고 작고 단단한 공을 사용하는 폴로는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스포츠다. 다만 미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폴로 브랜드 로고 때문에 폴로라는 스포츠 자체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알려져 있다. 폴로 경기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우선 폴로를 처음 본 관중은 엄청나게 큰 경기장에 놀란다. 크기가 270x150m로, 축구장 6개를 합친 면적과 비슷하다. 각 팀은 4명의 선수로 구성된다. 이들의 키트에는 1~4번의 번호가 쓰여 있는데, 번호로 팀에서 그의 포지션을 알 수 있다. 1번은 축구의 스트라이커에 해당하는 공격수이고, 4번은 수비수이다. 가장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 선수가 2, 3번을 단다. 2번은 1번 선수의 공격을 지원하고, 수비적인 역할도 담당한다. 3번은 팀의 에이스이자 필드의 사령관이다. 미식축구의 쿼터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이렇게 팀은 공격수와 수비수로 구성되지만, 필요에 따라 선수들은 포지션을 변경할 수 있다. 여러분이 번호가 새겨진 폴로셔츠를 갖고 있다면, 이를 확인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에이스의 번호인 3번이 보통 폴로 매장에서는 가장 많이 보인다. 폴로는 ‘처커(chukker)’라고 불리는 세트(7분)로 나뉘어 벌어진다. 경기에 따라 4~6번의 처커가 펼쳐진다. 처커 사이에는 3분의 휴식 시간이 있고, 하프 타임은 15분이다. 폴로에는 왕, 왕족을 포함한 관객들이 참여하는 ‘디보트 스톰핑(Divot Stomping)’이라는 유명한 전통이 있다. 경기 중 필드의 잔디는 말발굽에 의해 손상되므로, 하프 타임 때 관객들이 나와 필드를 발로 매끄럽게 다지는 것이다. 보통 샴페인 잔을 든 관객들은 필드에서 발을 맘껏 구르며 사교 활동을 펼친다. 전통적으로 폴로는 왕, 왕족, 상류층의 점유물이었다. 폴로가 ‘왕들의 스포츠(Sport of Kings)’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가진 자들만의 스포츠답게 폴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경기 중 ‘폴로 포니(polo pony, 폴로를 위해 특별히 조련한 말)’는 최대 시속 56㎞로 달리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따라서 경기 중 포니의 교체는 필수다. 경기당 선수 한 명이 최소 2~3마리의 포니가 필요하고, 엘리트 레벨의 폴로 경기는 선수 한 명이 보통 8마리의 포니를 갖고 있다. 게다가 말을 돌볼 전문가와 수의사, 경기장 확보와 토너먼트 운영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폴로는 꽤 위험한 스포츠이다. 질주하는 말을 탄 선수는 상대방과의 접촉으로 인해 낙마할 때도 있다. 게다가 추락한 선수는 추가로 말에 밟히거나 차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골절, 뇌진탕, 심지어는 사망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폴로는 포니에게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힐 수 있다. 시속 145㎞로 날아가는 공을 눈에 맞아 실명한 포니도 있다. 또한 포니는 전력 질주에 이어 급정거나 회전을 할 때 다리가 골절될 때도 있다. 다리가 부러진 말은 회복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보통 안락사로 이어진다. 폴로는 BC 6세기~AD 1세기에 페르시아제국에서 기병들을 위한 훈련과 스포츠 목적으로 시작됐다. 그 후 폴로는 인도로 전파됐고, 19세기 인도에 주둔하던 영국 군대는 이를 처음 접했다. 영국군은 그들의 용도에 맞게 폴로를 각색하여 기병대 훈련으로 사용했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폴로 경기의 규칙이 제정됐고 유럽 대륙, 미국과 남미 등으로 퍼져 나갔다.흥미로운 점은 고대 폴로가 중앙아시아와 당나라를 거쳐 고구려, 신라에도 전파됐다는 것이다. 고대 폴로는 격구란 이름으로 고려시대 때는 귀족들의 스포츠였다. 조선시대에는 격구가 과거 시험의 하나인 무과의 최종 시험 과목이었다. 1392년 조선 건국 후 여진족과의 마찰에 태조 이성계가 최우선으로 육성한 부대가 기병이었다. 당시 기마병은 격구를 통해 전술 훈련을 가장 효과적으로 익혔다고 한다. 용비어천가 44장에도 이성계의 놀라운 격구 실력이 묘사될 정도로 격구는 당시 기마병의 특수 무예였다. 격구를 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뛰어난 말과 안장이 필수 요소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위를 자랑하기 위해 말과 안장을 귀금속과 최고급 비단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해, 과소비의 온상으로 비난이 제기된 적도 있다. 이에 대신들은 어전회의에서 격구가 너무 사치스러우니, 폐지하자는 주장을 건의했다. 하지만 당시 임금이었던 세종은 “무예를 익히는 데는 격구가 최고”라며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서양의 폴로보다 격구가 우수하다는 주장도 있다. 폴로는 말렛으로 공을 치고, 쫓아가서 또 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에 반해 격구는 공을 칠 뿐만 아니라, 스틱 끝에 숟가락같이 생긴 곳에 공을 담아 이리저리 휘두르는 등 폴로보다 훨씬 화려하고 어려운 기술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격구가 벌어지면 많은 백성들이 구경할 정도로 조선 최고의 군대 스포츠였다.이러한 격구가 화약무기가 등장하면서 무예 시험에서 제외된다. 조선 기병을 대표하는 격구는 이렇게 사라졌다. 폴로는 올림픽 정식종목을 거쳐 현재 16개국의 프로스포츠이다. 그에 비해 폴로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즐겼던 격구를 알고 있는 현대의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1.19 15:00
프로야구

[월간 MVP] 고영표의 도전, "KBO리그 역사에 남는 기록 세우고 싶어요"

올 시즌 KBO리그 선발 투수들의 9이닝당 볼넷 개수(BB/9)는 평균 2.67개다. 선발 투수들이 보통 5이닝을 소화한다고 계산한다면, 경기 당 1개 이상의 볼넷은 꼭 준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경기당 단 한 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은 완벽한 투수가 있다. KT 위즈의 고영표(32)가 9이닝당 0.75개의 볼넷을 내주는 짠물 투구로 압도적인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고영표의 여름은 더 빛났다. 7월 이후 고영표는 6경기에서 단 2개만의 볼넷을 내주는 정교한 투구를 선보였다. 또 고영표는 7월 8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는 무결점 투구도 펼쳤다. 매 경기 볼넷 없이 투구 수를 잘 조절한 고영표는 긴 이닝을 최소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압도적인 활약으로 고영표는 7월 한 달간 4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1.30의 호성적을 냈다. 4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고, 볼넷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이에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는 고영표를 7월 월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했다. 그는 “(이 기간에) 팀이 많이 이겨서 기쁘다. 다른 선발 투수들도 잘해줬는데, 내가 이렇게 MVP까지 받게 돼 기분이 남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무더위에도 고영표는 지치지 않는다. 고영표는 7, 8월 6경기에서 49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같은 기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자책점은 단 8점에 불과했고, 1점대 평균자책점(1.45)을 기록하며 리그를 평정했다. 경기 시간도 고영표가 등판한 날이면 확 줄어든다. 올 시즌 고영표가 선발로 나선 KT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2시간 57분). 그만큼 고영표가 효율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고영표는 더 공격적으로, 빠르게 공을 던진다. 결정구 체인지업이 있기에 가능했다. 사이드암 스로의 장점을 잘 살려 무브먼트가 뛰어난 체인지업을 구사하면서 타자들의 방망이를 현혹시킨다.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고영표의 체인지업 움직임이 정말 좋다. 헛스윙이 돼야 하는데 어떻게든 배트에 걸려 땅볼이 된다"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올 시즌 고영표의 땅볼유도 개수도 리그 최다 2위(175개)로 뛰어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영표의 호투 비결은 역시 ‘볼넷 억제력’이다. 고영표는 “볼넷이 죽기보다 싫다. 차라리 (타자들에게 안타를) 맞자는 생각이다”라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볼넷을 주면 수비수가 지치고 실점이 올라간다.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게 볼넷”이라며 “볼넷을 줄이다 보면 팀 실점이 떨어지고 승리 확률도 올라가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7월 이후 고영표의 BB/9는 0.36으로 시즌을 치를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이 페이스라면 고영표는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BB/9 최소 신기록을 세운다. 역대 이 부문 1위는 우규민이 2015년에 기록했던 1.00개로, ‘0’의 벽을 깬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고영표는 “시즌 막바지까지 기회가 온 만큼 KBO리그 역사에 남는 기록을 만들고 싶다”며 힘줘 말했다. 목표는 하나 더 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20개의 QS+를 기록하는 것이다. 현재 고영표의 QS+는 15개. 충분히 노려볼 만한 기록이다. 고영표는 “QS+는 가장 만족스러운 기록이다. 선발투수라면 공격적인 피칭을 통해 많은 이닝을 끌어줘야 하는데, 7이닝 이상을 안정적으로 소화했다는 의미 아닌가”라면서 “시즌을 치르다 보니 15번이나 했는데, 20번까지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2010년대 이후 KBO리그 한 시즌 최다 QS+ 기록은 2010년의 류현진(당시 한화)이 세운 22회다. 고영표는 류현진의 기록을 듣고는 “한 시즌에 QS+를 그렇게나 많이 했다고요?”라고 놀라면서도 “언젠가는 꼭 달성해 보고 싶다”라며 웃었다. 윤승재 기자 2023.08.17 08:22
프로야구

[IS 포커스] 한화 '야간 특타' 부활…효율성 추구하는 최원호 감독

이제 이글스파크의 조명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바로 꺼지지 않는다. 특타(정규 훈련 시간 외 타격 훈련을 더 하는 일)가 부활했다. 한화는 지난 23일 홈(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9-5로 완승을 거뒀다. 지난주 경기당 1.5득점에 그치며 차갑게 식었던 타선이 모처럼 뜨거운 공격력을 보여줬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베팅 케이지가 설치됐고, 선수 4명과 코칭 스태트 3명이 나서 특타를 진행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자리를 지켰다. 한화 타자들이 달빛 아래 타격 훈련을 소화하는 장면은 ‘야신’ 김성근 감독 체제였던 2015~2016시즌 자주 볼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직접 공을 토스하며 선수들을 도왔다. 그가 2017시즌 5월 물러난 뒤에는 김태균(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등 고참급 선수 주도로 종종 이뤄졌다. 타격감이 안 좋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때도 있었다. 이제 이글스파크를 찾는 야구팬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타격음을 들을 수 있다. 야간 특타가 하루 고정 일과가 될 것 같다. 최원호 감독이 결정한 운영 방침이다. 기량을 더 닦아야 할 비주전 또는 젊은 선수들이 경기 전 소화하는 공식 훈련 시간 동안 충분히 배팅 연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최 감독은 “보통 주전 선수가 먼저 (배팅 케이지에서) 훈련을 한다. 배팅공 20~25개 정도 칠 것이다. 그들이 빠지면 비주전 선수들이 들어가는데, 시간이 부족해 15~20개 정도 밖에 치지 못한다”라고 설명하며 “때로는 더 치고 싶은 (주전) 선수들이 눈치를 보기도 한다. 그래서 따로 훈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11일 1군 정식 감독으로 부임, 12일 SSG 랜더스전부터 지휘봉을 잡고 경기를 운영했다. 수비 시프트·주루 방침 등 전임 감독 체제에서 강조하던 운영 방식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특타 일상화’도 마찬가지다. 최 감독은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던 상황에서 부임해 바로 큰 변화를 주긴 어려웠다. 지난주 타선 타격감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태였고, 비주전 선수들도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결정(특타)을 내렸다”고 말했다.원정 경기에서도 주전과 비주전 선수 모두 효율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을 생각이다. 인근에 야구부가 있는 학교 등 타격 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한 뒤 몇몇 선수들이 이동해 특타를 소화하고 경기 전 돌아오는 방식이 될 것 같다. 한화는 24일 기준으로 팀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10개 구단 중 6위였다. 최원호 감독은 “타선만 조금 더 좋아지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했다. 한화는 2-4로 패한 24일 KIA 2차전 뒤에도 특타를 진행했다. 이원석 등 경기에 나서지 못한 타자들이 타석에 섰다. 최원호 감독도 처음부터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5.26 05:10
스포츠일반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UFC 여성 파이터들은 왜 '19금 사진'을 찍는가

오는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UFC 283 대회에선 브라질 출신의 여성 파이터 제시카 안드라지(32·브라질)가 참가한다. 안드라지는 2019년 5월 UFC 237에서 로즈 나마유나스(31·미국)를 KO로 누르고 UFC 여성 스트로급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비록 1차 방어전에서 중국의 장웨일리(34)에 KO패 해 일찍 타이틀을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여성 경량급의 강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안드라지를 구글에 검색하면 성인인증이 필요하다는 표시가 나온다. 종합격투기가 과격하기는 하지만 성인인증까지 해야 한다고?이유는 바로 안드라지가 성인용 사진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드라지는 ‘온리팬스’라는 유료 구독 콘텐츠 제공 사이트를 통해 '19금 사진'을 올리고 있다. 온리팬스는 콘텐츠 제작자가 본인 계정에 사진, 동영상 같은 콘텐츠를 올리면 사용자는 돈을 내고 해당 내용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구독 기간이나 가격은 콘텐츠 제작자가 임의로 정한다. 결제 금액 중 해당 사이트가 수수료 20%를 가져가고, 나머지는 콘텐츠 제작자의 몫이다.이 아이디어는 가진 콘텐츠 제작자를 지원한다는 순수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성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사이트기가 됐다.2021년 9월 안드라지는 온라인에 올렸던 '19금 사진'들이 유출되는 시련을 겪었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시점에서 그 사건은 안드라지에 큰 타격이 됐다. 당시 그 사건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하지만 안드라지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당당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언젠가 내 사진들이 유출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 안드라지는 자신이 성인용 사진을 올리는 걸 당당하게 인정했다. 그는 “사진 판매를 통해 자동차를 구입했고, 라스베이거스의 집 임대료 6~7개월 치를 미리 지불했다”며 “브라질에서 진 빚을 갚았고, 가족들 생활도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당시 안드라지 같은 정상급 선수마저 성인용 사진을 찍어 판다는 사실에 많은 팬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2년여가 지난 지금은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해당 사이트에서 수익을 올리는 여성 파이터가 수십 명에 달한다. 타 종목 엘리트 선수들도 사진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여성 파이터들이 앞다퉈 성인용 사진 판매에 나서는 이유는 당연히 돈 때문이다. 안드라지 같은 톱클래스 선수들은 경기당 최소 1~2억원 대전료를 받는다. 하지만 나머지 보통의 여성 파이터들은 기본 수당이 5000~1만 달러(600만~1200만원) 수준이다. 승리 수당이나 파이트 보너스를 받으면 금액이 올라가지만 그건 보장된 것이 전혀 아니다.파이터가 경기를 치르기 위해 들이는 만만치 않은 훈련 비용을 감안하면 UFC로부터 받는 대전료는 너무 초라하다. 선수 입장에선 적자인 경우도 있다. 경기당 수억원의 대전료를 받았던 ‘코리안 좀비’ 정찬성조차 훈련 비용을 생각하면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을 정도다.그래서 이름이 덜 알려진 대부분 선수는 다른 직업을 가진다. 여성 선수들은 남성 선수들보다 경기 수도 훨씬 적어 돈을 벌 기회를 얻기 힘들다. 선수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격투기를 계속 하길 원한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것이 '19금 사진' 판매다. 물론 주변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들 입장에선 큰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한국 종합격투기 대회 TOP FC에서도 경기를 치른 적이 있는 앨리스 아델리안(31·영국)도 성인용 사진으로 큰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사진으로 올리는 수입이 격투기 선수 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온라인에 성인 사진을 올리기 전까지 그는 낮에는 운동을 하고 밤에는 파트타임 경비원으로 일했다. 한 달에 600파운드(91만원) 정도를 벌었다. 훈련 비용을 대는 것조차 벅찼다. 하지만 온라인 사이트에 올린 성인용 사진이 대박을 치면서 월수입이 최대 1만 파운드(1500만원)까지 늘었다. 훈련 비용은 물론 개인 트레이너와 영양사까지 두면서 격투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최근 5연승을 거두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파이터로 발돋움했다.심지어 몇몇 선수들은 격투기보다 '19금 사진' 모델 활동에 더 열중하기도 한다. 페이지 반 잰트(29·미국)는 UFC에서 9전 5승 4패라는 평범한 성적을 낸 선수였다. 그런데 온라인에 올린 사진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선수로서 가치도 덩달아 올랐다. 2020년 UFC를 떠난 뒤 맨주먹 격투기 대회인 베어너클 파이팅 챔피언십과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출전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는 미국 프로레슬링 단체인 AEW와도 계약하는 등 UFC 선수 시절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선 UFC 안팎에서도 논란이 많다. UFC 여성 파이터 미샤 테이트(37·미국)는 팬들과 온라인 대화 도중 “난 온라인에 그런 사진을 올릴 만큼 금전적으로 절박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다른 파이터의 비판을 받고 곧바로 사과하기도 했지만, 분명히 그런 현상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존재한다.하지만 대부분 반응은 선수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다. 성인용 사진을 찍는 선수들을 비판하기보다 선수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성인 콘텐츠에 열린 마음이 아닌 우리 입장에서 썩 보기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진을 원하는 수요가 없어지지 않는 한 여성 파이터의 19금 사진 촬영 유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2023.01.13 07:00
메이저리그

[레인보우 리포트] 다가올 도루의 증가,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한동안 야구는 도루에서 멀어져갔다. 세이버 메트리션인 빌 제임스는 "성공률이 70%를 넘지 못한다면 도루하지 말라"고 했다. 제임스뿐 아니라 세이버 메트리션들은 대부분 도루에 부정적이었다. 뛰다 아웃을 당할 수 있다는 리스크에 비하면 득점 기여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시도하더라도 성공률을 따지라고 요구했다. 부상 위험도가 높은 것도 문제였다. 프로 구단 입장에서 도루는 득보다 실이 많은 행위였다. 장타의 증가는 메이저리그(MLB)와 도루를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2015년 MLB에 타구 추적 시스템인 스탯캐스트가 도입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 ‘플라이볼 혁명’이 찾아왔다. 선수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홈런을 쳐내고 더 많은 득점을 만들었다. 뒤 타자가 장타를 만들 수 있다면, 앞 타자가 2루를 훔쳐야 할 필요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루의 득점 가치가 낮아진 이유다. 플라이볼 혁명이 이뤄진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MLB의 기대 득점표를 살펴보면 도루 등 주자 진루의 손익 분기점은 제임스가 주장한 70%가 아닌 71.4%였다. 도루의 가치가 하락하고 도루 시도가 줄어든 상황에서 최근 MLB 사무국은 재밌는 시도를 준비 중이다. 2023년부터는 피치 클락이 도입되어 투수는 주자가 없는 경우엔 15초, 주자가 있는 경우에는 20초 안에 투구를 시작해야 한다. 또 변의 길이가 15인치(38.1㎝)인 정사각형 베이스를 18인치(45.72㎝)로 늘린다. 타석당 견제구 혹은 투수 판에서 발을 빼는 횟수는 2번으로 제한된다. 이는 도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다. 피치 클락으로 인해 투수는 주자를 신경 쓸 시간이 부족해졌다. 베이스 크기를 늘릴 시 각 루 간의 간격이 4.5인치(11.43㎝) 줄어들고 리드 폭이 늘며 베이스를 오버해서 슬라이딩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또 견제 제한으로 인해 주자는 투수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도루 장려가 정말로 도루 증가를 가져올까? 사무국은 위 제도를 2021년 마이너리그 각 레벨에 먼저 실험했다. 트리플A에서는 베이스 크기를 늘렸고 상위 싱글A에서는 투수가 투수 판을 밟은 채 견제구를 던질 수 없게 했으며 하위 싱글A에서는 타석당 견제구를 2개만 허용했다. 이어 올해 트리플A에서는 기존의 베이스 크기 확대, 견제 횟수 제한과 함께 피치 클락이 도입되었다. 그 결과 2022년 트리플A 경기당 도루 횟수가 2021년 0.95개에서 1.18개로 증가했다. 도루 성공률 역시 75.62%에서 78.47%로 증가했다. 물론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트리플A 사례를 통해 내년 MLB에서 도루가 증가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도루 시도가 많아지고 성공도 많이 한다면 도루의 손익 분기점에 변화가 생길까? 가장 많은 주자가 도루를 시도한 상황은 주자 1루이다. 이 상황에서 가정해보자. 단순하게 1루에서 2루로의 도루가 늘어난다면 1루 상황에서의 기대 득점은 늘어날 것이다. 이때 두 상황의 기대 득점은 해당 상황에서 이닝이 끝날 때까지 기대할 수 있는 평균적인 득점을 말한다. 1루 주자가 2루로 이동해 주자 1루에서 득점으로 연결되는 장면이 해당 이닝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1루 도루의 손익분기점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자 1루 상황에서 도루를 성공한 타석의 수가 늘어도 그 수치가 극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표를 통해 알 수 있듯, 도루 성공이 차지하는 타석의 비율은 크게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도루 성공 이후 득점으로 이어진 타석만을 또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도루가 실질적으로 득점에 영향을 준 표본은 많지 않다. 즉 도루 증가는 손익분기점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고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루가 증가한다면 리그의 어떤 부분에 변화를 주목해야 할까. 공격팀 입장에서 도루 성공률이 높아진다면 도루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수비 팀이다. 도루가 많아지고 투수가 견제할 수 없다면 수비팀은 다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특히 경기 후반 접전의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투수들도 견제 대신 슬라이드 스텝을 통한 시간 단축을 시도하겠지만,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신 포수가 견제를 하거나 피치 아웃을 이용한 주자 견제 활용 폭이 커질 수 있다. 투수와 달리 포수의 견제는 새 규정에서도 제한이 없다. 주자들이 과감한 리드와 적극적으로 도루 시도를 할 가능성이 큰 만큼 과감한 포수 견제와 피치 아웃도 이전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 다만 이 부분을 좌우하는 건 포수의 송구 능력과 노련함이다. 위협적인 주자들이 줄어든 동안 묻혀왔던 강견 포수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겠다. 올해 포수 팝 타임(포수가 2루까지 송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 1위 J.T 리얼무토(필리델피아 필리스·1.82초)는 이미 현역 선수 중 최고의 포수로 꼽힌다. 여기에 2위 레네 핀토(탬파베이 레이스), 3위 호르헤 알파로(샌디에이고 파드리스), 4위 크리스티안 베탄코트(탬파베이·이상 1.89초) 등은 향후 가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한 세기 이상 이어진 야구는 주기적으로 환경이 변해왔고, 선수들도 여기에 적응해왔다.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는 내년 MLB의 데이터는 야구계가 연구하기에 재밌는 자료가 될 것이다. 포수의 가치가 높아지고, 홈런에 치중했던 야구 말고도 빠르고 수비력을 갖춘 야구가 다시 주목받을 수도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고 성과를 거두는 팀이 나타난다면, 그들이 새로운 '트렌드 세터'가 될 수도 있다. 순재범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경상국립대학교 정보통계학과) 2022.10.26 09:00
메이저리그

[레인보우 리포트] 2022년 나타난 '낭만 에이스' 샌디 알칸타라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샌디 알칸타라(27·마이애미 말린스)는 태생적 '이닝 이터'에 가까운 선수다. 그는 지난 2013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 자격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 미국에 발을 디뎠다. 2017시즌 종료 후, 마이애미의 거포 마르셀 오즈나(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세인트루이스는 마이너리그 유망주였던 알칸타라 등을 대가로 지불했다. 그렇게 알칸타라와 마이애미의 인연이 시작됐다. 마이애미에서 성장한 알칸타라는 메이저리그(MLB) 선발 투수로 꽃을 피웠다. 이적 후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하게 선발 수업을 받았던 알칸타라는 드디어 2019년 풀타임 빅리거가 됐다. 첫 시즌부터 이닝 소화력이 남달랐다. 2019년 32경기에 선발 등판한 그는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다. 에이스라 부르기엔 조금 부족했지만, 무려 197과 3분의 1이닝을 던졌고 첫 올스타로도 선정됐다. 2020년 단축 시즌을 거쳐 지난해 두 번째 풀타임 시즌을 맞이한 그는 205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해냈다. 평균자책점(3.19)도 향상됐다. 올 시즌 그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의 선두 주자다. 27일(한국시간) 기준 20경기 동안 알칸타라는 144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81(MLB 2위, 내셔널리그 1위)을 기록 중이다. 주목할 건 역시 이닝이다. 알칸타라가 던진 144와 3분의 1이닝은 MLB 전체 1위 기록이다. 2위 애런 놀라(필라델피아 필리스·126과 3분의 2이닝)와 17과 3분의 2이닝을 더 던졌다. 경기당 투구 이닝이 7과 3분의 2이닝에 달한다. 시즌 230이닝을 향해 질주 중이다. 그의 페이스는 현대 야구의 추세와 정반대에 있다. 알칸타라의 질주는 바로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코빈 번스(밀워키 브루어스)의 사례와도 정확히 반대 지점에 있다. 번스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 등으로 인해 규정 이닝(162이닝)을 간신히 넘긴 167이닝만 소화했다. 대신 탈삼진이 많고, 볼넷은 적었다. 뛰어난 세이버 메트릭스 지표 덕분에 그는 투표인단의 지지를 받았다. 번스는 그해 투표에서 200이닝·200탈삼진을 기록했던 잭 휠러(필라델피아)를 제쳤다. 최근 몇 년 간 불펜 야구의 대두로 현대 야구에서는 과거 랜디 존슨, 그렉 매덕스로 대표되던 완투형 에이스가 주는 '낭만'이 사라지고 있었다. 알칸타라의 이닝 이팅이 그래서 반갑다. 알칸타라의 이닝 소화 비결은 뭘까? 바로 땅볼 유도다. 알칸타라의 삼진 비율(24.3%)은 높지 않다. ‘닥터 K’의 상징인 빠른 공을 가졌지만, 삼진보다 땅볼을 더 많이 유도해 효과적으로 아웃 카운트를 잡는 타입이다. 올 시즌 그의 땅볼 타구 비율은 56.5%(팬그래프 기준)에 달했다. 또 발사 각도와 타구 속도 및 볼넷과 삼진을 바탕으로 한 xwOBA(기대 가중 출루율) 등 여러 기대 스탯에서 리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타자들이 어퍼 스윙으로 장타를 노리는 시대에서 그는 땅볼과 약한 타구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땅볼 전문가' 알칸타라를 설명하려면 구종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알칸타라의 구종은 비율과 임무를 정확하게 나눠 타자들을 잡아낸다. 알칸타라의 직구(포심 패스트볼) 평균 스피드는 시속 97.9마일에 달한다. 빠른 직구를 가지고 있지만, 직구만 던지지는 않는다. MLB 공식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 기준으로 올 시즌 그의 직구, 슬라이더, 싱커(싱킹 패스트볼),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이 각각 25%에 가까웠다. 타자들은 한 가지 구종만 노려서는 알칸타라를 공략하기는 힘들다. 심지어 싱커는 직구 스피드와 거의 같은 평균 97.6마일을 기록, 타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알칸타라의 싱커와 체인지업은 역할이 달랐다. 우투수인 그는 싱커를 좌타자 상대로 13.8%, 우타자에게 39.7% 비율로 던졌다. 좌타자에게는 체인지업(35.7%)을 더 많이 던졌다. 타자별로 다른 구종을 던지며 유도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올 시즌 알칸타라는 좌·우타자 상대 땅볼 비율은 55%, 58.7%로 고르게 높다. 최근 수년 간 강속구와 삼진, 적은 이닝을 던지는 유형의 에이스가 지배하던 MLB에서 '완투형 땅볼 에이스' 알칸타라는 독특하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실점을 억제하며 최고의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투수의 역할이 분업화하는 시대에서 알칸타라는 존재만으로도 '살아있는 낭만'에 가깝다. 경기가 아직 많이 남았지만, 지금의 활약만으로도 그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순재범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경상국립대학교 정보통계학과) 2022.07.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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